계약해지 효력정지 가처분은 그 주문과 달리 ‘계약해지의 효력을 정지’하는 효력(형성력)을 가지지 않으므로 형성가처분이 아니고, 단지 계약해지가 무효라는 점을 확인하는 의미의 ‘확인가처분’이라고 볼 수 있다. 확인가처분은 집행력과 기판력이 없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채권자의 ‘권리구제수단’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할 수 없어 보전의 필요성이 흠결되지만, 예외적으로 ① 당사자와 이해관계인들이 확인가처분을 따를 것으로 기대되고, ② 사안의 특별한 긴급성 내지 시간적 제한으로 인하여 본안소송을 상정하기 어렵고, 피보전권리의 존재가 명확하며, ③ 신청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다른 집행력 있는 가처분(이행가처분)이 가능하지 않은 경우에는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br>대상결정 사안에서는 계약해지 효력정지 가처분(실질은 계약해지 무효확인 가처분)이 발령되더라도 채무자가 이에 따르지 않을 것이 거의 명확하고, 본안소송에서 계약해지의 효력이 계속 다투어질 것이 예상되었기 때문에,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나 강제력도 없는 계약해지 효력정지 가처분은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br>대상결정의 결론, 즉 이 사건 효력정지 가처분의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단은 정당하다. 그러나 판단이유에 있어서 이 사건 효력정지 가처분을 ‘계약의 이행을 전제로 하는 가처분’이라고 본 것은 타당하지 않다. 대상결정이 ‘이 사건 효력정지 가처분’의 보전의 필요성 판단과 관련하여 설시한 내용은 오히려 채권자가 신청한 두 가지 가처분 중 ‘이 사건 계약체결금지 등 가처분’(이행가처분)의 보전의 필요성 판단을 위하여 의미를 갖는다. 계약의 성격이 상대방의 협력 없이 그 이행을 강제적으로 관철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그 계약 자체에 내재된 한계로 인하여 채권자는 결국 금전적인 손해배상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경우 계약의 이행을 전제로 하는 가처분은 보전의 필요성이 부정된다는 취지의 판단은 수긍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판시는, 그 자체로서 완결된 계약이 아니라 별도의 후속 계약(공사도급계약)이 체결되어야만 당사자들의 권리ㆍ의무가 구체적으로 특정될 수 있는 ‘미완결적 계약’이라는 이 사건 약정의 특수성을 전제로 한 판시이므로, 이와 성격이 다른 계약에 일반적으로 확대적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br>실무에서 통용되고 있는 계약해지의 효력정지 가처분은 그 주문 내용과 실제 효력이 일치하지 않는다. 가처분결정은 본안판결과 마찬가지로 그 내용 및 효력에 따라 이행ㆍ확인ㆍ형성의 세 가지로 나뉘고, 각 종류마다 서로 다른 효력(집행력, 형성력, 대세효 유무 등)을 가진다. 가처분결정의 내용과 효력은 주문 자체에 의해 명확하고 분명하게 알 수 있어야 한다. 주문의 내용과 실제 효력이 맞지 않는 가처분이 발령되면 가처분결정의 효력이 모호해지고 당사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문제가 생긴다. 계약해지 효력정지 가처분은 대부분의 경우 보전의 필요성이 흠결되어 발령될 수 없지만, 예외적으로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주문은 “계약해지의 효력을 정지한다”가 아니라 “계약해지는 무효임을 확인한다”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