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고령층의 인구는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은행거래는 비대면 플랫폼으로 빠르게 전환되기 때문에, 디지털기기의 활용 능력이 미약한 고령층이 더욱 금융거래를 하기 어려운 환경에 빠지고 있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디지털 금융으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지만 초고령사회에서 치매로 판단능력이 부족한 고령자들까지 포섭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는 국제인권기준, 특히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서 정하고 있는 의무로서, 금융기관은 고령자의 재산관리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고령자를 차별하지 않고 합리적 선택을 하도록 하는 의무도 진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금융과 관련한 법제도는 주로 고령자의 재산관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고, 의사결정능력이 미약한 고령자의 금융거래를 위한 합리적 배려의무를 보장하는 제도는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 연구에서는 금융기관에서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어떠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보고 우리 법제도상 미비점은 없는지 분석해 보았다.
<br>금융에서 고령자 보호를 위한 대표적 국제규범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이다. 이 협약에서 장애란 기존의 ‘의학 모델’에서 벗어나, 사회적 조건과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사회 모델’로의 전환을 제시하고 있다. 즉 이 협약에서는 기능장애의 정도와 무관하게,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면 장애인으로 간주될 수 있으므로 당연히 고령도 나이와 상관없이 장애에 포함될 수 있다. 또한 장애인권리협약 제9조에서는 국가가 대중에게 개방되거나 제공되는 시설과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과 관련된 최소한의 기준과 지침을 개발ㆍ공표하고 민간주체를 포함하여 그 이행을 잘하고 있는지 감시해야 함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의 범위가 여전히 의학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다른 법제도에서도 고령과 관련한 합리적 배려의무를 명시적으로 보장하고 있지는 않다. 또한 고령자 1300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금융 피해 관련 법제도에 대해서는 만족도가 높은 데 반하여 편의 제공과 관련한 법제도에 대해서는 만족도가 높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점은 장애인 차별 해소 지침을 통해 고령자에게 적극적으로 합리적 배려 기준을 제시하는 일본의 법제도와도 비교된다.
<br>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오늘날, 금융기관이 고령자에 대해 적절하고도 공정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서 인권 보장과 사회적 책임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금융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가 필요함은 누구나 공감하는 바이지만, 그와 함께 고령자도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선결해야 할 과제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