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은 장애인의 접근권과 관련하여 행정입법부작위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행정입법부작위에 대한 불복수단이 아직 미비한 상황에서 국가배상소송은 보충적이지만 현실적인 권리구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상판결이 갖는 의의가 상당하다. 이 글은 대상판결에서 쟁점이 된 행정입법부작위와 위법성 판단과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여부를 분석함으로써 국가배상책임의 본질과 함께 대상판결의 의의와 한계를 검토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br>먼저 행정입법부작위의 위법성 판단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행정의 행정입법 재량을 인정하면서도 관련 규정의 해석을 통해 그 내재적 한계를 인정하였다. 특히 모법의 입법 취지와 내용, 위임의 목적과 내용, 정당한 사유의 유무, 행정입법부작위로 인한 기본권 침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다. 행정입법부작위에 대한 위법성 판단의 심사강도 측면에서는 장애인의 접근권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엄격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행정입법부작위의 위법성을 인정한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
<br>다음으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여부에 관하여는 대상판결의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이 대립하는데, 이는 국가배상책임의 본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다수의견은 대위책임설의 입장에서 행정입법부작위가 위법하다고 판단되더라도 ‘객관적 정당성 상실’, ‘공무원의 고의ㆍ과실’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국가배상책임이 부정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별개의견은 국가배상책임을 자기책임으로 이해하는 것이 헌법에 부합하고, 위와 같은 요건의 충족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다고 한다. 국가배상책임의 공법적 특수성과 기능 등을 고려할 때 그 본질적 성격은 자기책임으로 보아야 한다. 특히 객관적 정당성의 상실을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는 것은 비판적 고찰이 가능하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은 결론에 있어서는 타당하나, 그 논리에 관하여는 별개의견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