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법은 사람의 능력과 관련하여 권리능력, 의사능력, 행위능력, 책임능력, 유언능력등 다양한 형태의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이 중 오늘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규정은 제한능력자 제도를 규정하는 행위능력에 관한 규정들이다. 그런데 다른 능력에 관한내용이 해당 부분에서 규정되어 있는 것과 달리, 이 행위능력은 법률행위에 있어서의 의사표시와 관련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인’에 관한 별도의 장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행위능력을 별도로 규정하는 이유가 의사능력이 불완전한 사회적 약자인 제한능력자 본인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br>우리 민법에 가장 많이 참고가 된 법이 메이지 민법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행위능력에 관한 규정 체계는 메이지 민법과 많이 유사하다. 그런데 메이지 민법에서는의사능력과 전혀 관계없는 신체장애인을 준금치산자로 하여 한정치산을 선고할 수 있다고 하였고 심지어 처도 행위무능력자로 규정하고 있었으므로, 과연 이러한 제한능력자 제도가 의사결정 능력에 장애를 가진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였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러한 점에서 이 연구에서는 메이지 민법이 왜 행위능력을 별도로 규정하였는지, 행위능력 제도를 만들때 과연 의사능력이 불완전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입법사적으로 분석해 보았다.
<br>메이지 민법은 행위능력 제한의 의미로 용어를 간략하게 하기 위해 ‘무능력’이라는 용어를사용하였으므로, 처음부터 행위능력이 ‘무(無)’능력이 아니라 현행법과 같이 ‘제한(制限)’능력이라는 취지로 규정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제한능력에 대한 규정은 부부 재산 제도에서의 결정권을 남편이 갖도록 하는 취지 등 여러 가지 정책적 고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이 제도는 미성년자나 장애 있는 제한능력자 본인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이들을 보호하는 다른 가족이 통제권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의 편의를 위해 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드는 것은 사실이다. 입법론적으로 의사무능력에 대한 규정을 두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재의 대세인 것 같은데, 의사무능력이라는 규정을 둠으로써 잘못된 방향으로 해석이 전개될 여지는 없는지 신중한 입법 태도를 취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