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신라말 지역 세력[호족]이 고려의 지배층으로 전환하는 메커니즘을 왕실의 혼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분석했다. 기존의 국가권력과 지역 세력이라는 이항 대립적 관점에서 벗어나 신라에서 고려로 이어지는 지배층의 연속성을 파악하고자 했다. 고려 지배층의 형성과정을 고려 태조~현종 대에 이르는 왕실의 혼인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br>태조 대에 형성된 왕실의 혼인 네트워크는 후대 왕인 혜종~현종 대에도 지역 세력이 지배층으로 성장해가는 데 주요한 기능을 수행했다. 이 시기 왕실 혼인은 족외혼에서 족내혼으로, 이어서 족내혼과 족외혼이 혼합된 형태로 변화했다. 이 과정에서 왕실 혼인은 족외혼을 통해 권력의 외연을 확장하고, 족내혼을 통해 권력의 내연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작용했다. 후비의 칭성 사례는 이러한 왕실 혼인의 역할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요컨대 태조~현종 대 왕실의 혼인 네트워크는 왕실과 지역 세력을 연결하는 매개이며 지배층으로 유입하는 기반이었고, 권력을 확대 재생산하는 수단이었다.
<br>왕실 혼인을 통해 성장한 지배층은 그들이 성취한 정치・사회・경제적 지위를 그들의 자손에게 대대로 전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만 했다. 고려의 지배층은 이전 시기보다 더 치열하게 그들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경쟁했다. 이러한 경쟁에서는 성공한 세력과 그렇지 못한 세력으로 나뉠 수밖에 없다. 그들의 성공 전략을 정치・사회・경제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향후 연구 과제이다. 본 연구는 그 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