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옹 뒤기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활동한 프랑스의 저명한 공법학자로서, 당시 종교적 교리와 같이 받아들여졌던 주권 개념을 부정하고 공역무 개념이 공법의 근본 개념으로 대체되었다는 주장을 통해 현대적 의미에서 공법의 지평을 열었다. 객관적인 현실 분석과 과학적 연구방법론의 도입을 통해 주권, 단체의 법인격, 권리와 같은 주관주의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관념을 비판한 그는 법규범을 중시하는 객관주의를 기초로 새로운 공법체계를 확립하고자 노력했다.
<br>프랑스 공역무 학파의 주창자로서 그가 주장한 공역무 개념은 국가 또는 행정이 사회적 연대의 실현을 위해 중단 없이 실행되도록 규율, 보장, 통제하여야 하는 모든 활동을 의미했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연대의 실현이 필수적으로 요청되었고, 오직 사회적 연대를 실현하기 위해서만 국가 또는 행정의 힘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 그 전제였다. 그는 블랑코(Blanco) 판결의 재발견을 통해 공역무 개념을 행정재판소의 관할을 정하는 기준이자 행정법의 독자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개념으로서 오늘날 프랑스 행정법 역사상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로 자리 잡게 했다.
<br>국가 또한 법의 지배하에 있어야 한다고 본 그는 법률을 주권자의 절대적인 의지 표현이 아니라 공역무를 구성하고 조직하는 규범으로, 행정행위는 공역무를 수행하기 위한 행정의 활동으로 이해하였다. 또한 객관적인 법규범의 준수 여부를 문제 삼아 행정의 적법성 통제에 기여하는 월권소송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공역무 수행에 기해 발생한 손해에 대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함으로써 국가와 행정에 대한 실효적 통제를 추구하였다.
<br>이러한 뒤기의 이론은 객관주의 행정법을 통한 법치행정의 실현,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국가의 의무 확대, 항고소송을 통한 행정의 통제, 국가배상책임 제도 등의 측면에서 우리에게 학문적 영감을 제공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가는 국민 위에 군림하고 명령하는 권리의 주체가 아니라, 국민의 행복한 삶을 보장할 의무를 갖는 존재라는 그의 주장은 사회적 약자와 국민들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국가의 개입이 요청되는 영역이 증가하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