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이른바 ‘재판거래’행위의 가벌성과 관련하여 입법론적으로 법왜곡죄의 도입이 논의되고 있고, 관련 법률안도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이 연구는 법왜곡죄를 독립적 구성요건으로 명시하고 있는 독일 형법 제399조의 해석과 적용을 검토하여 법왜곡죄의 도입에 관한 입법적 논의에서 시사점을 구하고자 하였다. 독일 형법상 법왜곡죄는 법관, 그 밖의 공무원 또는 중재법관이 법사건을 주재하거나 결정함에 있어 법을 왜곡하여 당사자 일방에게 유리 또는 불리하게 만든 경우에 성립하는 중죄이다. 법왜곡 행위는 사건을 허위로 조작하는 경우, 법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는 경우, 재량권을 남용하는 경우, 진실규명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허용되지 아니하는 처분을 명하는 경우 등이다. 그러나 독일 판례는 법관 등이 ‘고의’로 ‘중대하게’(in schwer wiegender Weise) 법과 법률에서 이탈하는 경우에만 법왜곡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독일에서 법왜곡죄에 관한 재판은 매우 드물지만 거의 매년 법왜곡죄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 법왜곡죄를 단순히 ‘법전상의 범죄’로만 평가절하할 수 없다.
<br>우리나라에서는 법관이나 검사의 법왜곡 행위에 대한 가벌성을 주로 직권남용죄(형법 제123조)와 관련지워 검토하고 있다. 직권남용죄는 형식적으로는 공무원이 직무집행을 행사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자산의 사익을 추구함으로써 성립한다. 그러나 최근 우리사회에서 문제되고 있는 재판거래의 모든 사안이 직권남용죄로 되는 것은 아니다. 사적인 이유가 아닌 목적으로 공무원의 직무상 권한이 행사된 사례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법왜곡죄 구성요건을 신설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유해하게 보이는 법왜곡행위를 처벌할 형사정책적 가치가 있다. 우리나라 형법에 법왜곡죄 구성요건의 신설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그 주된 논거로 법왜곡죄가 법관의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든다. 그러나 법관의 독립은 외부 세력이 사법부에 부당하게 개입 내지 간섭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을 본질로 함에 반해, 법왜곡죄는 재판과 관련 불법행위를 범한 법관 등을 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구성요건이라는 점에서 외부세력의 사법부에 대한 개입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독일 형법 제339조의 규정내용과 그 적용실태는 우리 형법상 법왜곡죄 구성요건을 신설하고자 할 때 어떠한 내용이 담겨져야 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접근점을 제공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