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서사에 나타난 선언의 맥락과 본사의 구조와 내용을 검토하고 이 작품의 창작이 율곡에게 어떤 의미였는가를 재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먼저 무이구곡과 고산구곡에 복거를 결정하던 당시 주자와 율곡이 처한 상황을 서사에서 율곡이 추구한 새로운 실천의 실체를 확인하는 데 활용하고, 기존 연구에서 강조되었던 강학과 영월음풍이라는 요소들과 함께 동시대 선비들에 대한 동참의 권유라는 요소가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살펴보았다.
<br>필자가 검토한 바에 따르면, 작품의 서사에서 화자가 상상한 무이는 현실의 도피가 아니라 오히려 현실에 근본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우회적이나 적극적인 공간이다. 또한 작품의 본사는 고산구곡에서의 강학과 수양을 소개하면서도, 이러한 소개의 앞뒤로 동참을 권유하는 뜻을 반복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정사라는 교육 공간을 통한 현실의 변화를 추구하며, 율곡은 이 작품이 새로운 실천에 더 많은 이들이 동참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랐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