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범 중에서 조세포탈죄의 구성요건을 정하고 있는 조세범처벌법 제3조 제6항(이하 ‘이 규정’이라 한다)은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를 정의하면서 장부의 거짓 기장, 거짓 증빙의 작성, 장부와 기록의 파기, 재산의 은닉, 소득․수익․행위․거래의 조작 또는 은폐, 계산서․세금계산서의 조작 등과 같은 개별 행위(이하 ‘행위 요건’이라 한다)에 더하여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적극적 행위”(이하 ‘추가적 요건’이라 한다)를 요구하고 있다. 즉, 조세포탈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행위요건에 더하여 추가적 요건까지 충족되어야 한다.
<br>그런데, 이 규정의 행위요건 중 제7호에서는 개념정의의 대상이 되는 ‘부정한 행위’를 다시 ‘부정한 행위’라고 설명하는 동어반복의 오류를 범하고 있을 뿐 아니라, 추가적 요건에서는 “조세의 부과를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적극적’ 행위”라는 추상적이고 한계가 모호한 용어를 사용하여 수범자인 국민으로 하여금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조세포탈죄에 해당이 되는지 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
<br>조세범처벌법은 일반 형법의 특별법에 해당한다. 조세포탈죄 역시 조세범처벌법에 규정된 조세범의 일종으로서 헌법상 죄형법정주의는 준수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규정은 ‘부정’, ‘현저’, ‘적극’이라는 모호한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통상의 판단능력을 가진 일반인으로서는 그 내용이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없도록 되어 있어 죄형법정주의의 파생원칙인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는 강한 의심이 들게 한다.
<br>특히, 종합소득세나 법인세에 있어서 매출이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세금계산서를 미발행하고 장부에 미기재하여 과세표준과 세액을 미신고하거나 과소신고한 경우 그 행위는 ‘부작위’에 해당하나 이 규정의 추가적 요건에서 ‘적극적 행위’에 해당되는 것인지, 증빙은 정상적으로 교부․수취 되었으나 장부에 기재만을 누락하거나 또는 사실과 다른 기재를 한 경우에도 조세의 부과를 ‘현저히’ 곤란하게 한 것인지 등이 명확하지 않다. 이에 관하여 그간의 학설은 조세포탈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는 긍정설, 부정설, 때로는 절충설로 나뉘며, 대법원 판례 또한 개별․구체적 사건에서 그 결론을 달리하고 있어서 법률전문가 조차도 이에 관한 판단이 쉽지 않다. 수범자인 일반국민의 입장에서는 위의 행위가 조세포탈죄에 해당이 되는지 여부를 이 규정의 문언만으로 예측하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다.
<br>헌법상 법치주의 원리를 형법의 영역에서 구현하는 원리가 죄형법정주의이다. 죄형법정주의의 파생원칙인 명확성의 원칙은 수범자인 국민으로 하여금 법적안정성을 주어 국민의 재산권과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이 규정의 불명확성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곧 조세의 영역에서는 납세자의 몫이다. 입법으로 이 규정을 보다 명확하게 개정함으로써 그 위헌성이 어느 정도 제거되어질 수 있음에도 현재의 이 규정을 그대로 방치함으로써 얻는 국가적, 사회적 이익은 무엇인지 되새겨 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