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서아프리카 출신 패션 디자이너로 1990년대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말리의 크리스 세이두, 세네갈의 우무 시, 니제르의 알파디의 문화적 혁신을 살펴본 후 그것을 탈식민화라는 관점 속에 평가해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크리스 세이두는 직물을 성스러운 대상으로 대하던 아프리카의 전통적인 태도를 과감하게 벗어나 아프리카 전통 직물인 보골란을 현대 패션에 접목했다. 우무 시는 반대로 과거와 전통에 더 천착하면서 서구에 의해 삭제되었던 아프리카 직물의 기억을 복원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를 통해 민족지적 유물로서의 의복과 서구적 현대 패션의 구분이라는 식민주의 대립 구도를 극복하고자 하였다. 알파디는 아프리카 문화와 창의성이 패션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아프리카에 경제적 발전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범 아프리카적인 미학을 통해 스스로 글로벌 시민인 아프로폴리탄임을 자부하면서 아프리카 문화가 세계 문화 속에 자리 잡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포스트식민주의 시기 이들이 보여주었던 혁신은 식민주의가 강요했던 시간과 미래에 대한 제한적인 인식을 넘어서 패션 아카이브 구조와 구성 요소를 문제 삼는 작업이었다. 이들 1세대 서아프리카 패션 디자이너들의 혁신은 패션 아카이브의 재정립을 통한 탈식민화라는 방향 속에서 공통으로 이해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