귄터 벨브리거의 『인식의 상처와 치유』는 “질병과 건강의 원천으로서 인식의 문제”라는 주제 하에서 헤겔 철학을 치유의 관점에서 읽어 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한다, 이렇게 헤겔을 임상적 관점에서 해석해 볼 때 도널드 위니컷의 “충분히 좋은 엄마”의 “충분히 좋은”은 임상적 헤겔의 또 다른 이름인 “충분히 좋은 헤겔”의 핵심 개념이 된다. 위니컷이 말하는 “충분히 좋은 엄마”는 완벽한 엄마가 아닌 내적 갈등을 품은 불완전한 엄마가 아이에게 오히려 더 건강하고 창조적인 엄마임을 주창한다. 완벽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벗어난 “충분히 좋은”의 상태가 역설적으로 진실한 완벽함에 이른다는 것이다. 위니컷의 사유와 접목된 충분히 좋은 헤겔에서 임상적 의미의 절대는 모든 모순을 해결해 내는 강력한 힘의 절정으로서 절대가 아니라 자기를 비워냄과 진무한(자신 속에 유한자를 포함하고 있는 무한으로 유한자 전체 속에서 자신을 실현해 나가는 절대)의 운동을 통해 구현되는 사랑과 영성을 지칭한다. 또한 충분히 좋은 헤겔의 화해는 모순과 분열이 완벽히 해소될 때만 이루어지는 화해가 아니라 모순과 분열을 더 이상 고통으로 보지 않고 비관계의 관계로서 접속을 수행하는 생성의 원동력으로 수용하는 관점의 전환 속에서 실현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는 정신분석과 헤겔 철학의 생산적 결합을 통해 치유와 성장의 담론으로서 헤겔의 사유가 담고 있는 임상적 헤겔의 가능성을 논해 본다. 이를 위해 위니컷의 “충분히 좋은”의 정신분석적 함의를 헤겔의 변증법과 접목시킨다. 충분히 좋은 헤겔의 세계에서 헤겔의 변증법은 치유적 변증법으로 변용되고 치유적 변증법은 비온 정신분석의 진실 욕동(정서적 연결)과 상호주관성 개념을 풍요롭게 만드는 이론적 토대로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임상적 헤겔의 관점에서 비온 정신분석의 핵심 축인 진실 욕동과 상호주관성 개념을 재해석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진정한 자기-다움을 통해 구현되는 비온의 O-되기가 “충분히 좋은” 헤겔과 친화력이 있는 “충분히 좋은” O-되기임을 밝혀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