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소송 당사자 및 대리인의 진실의무

Abstract

변론주의가 지배하는 민사소송에서 당사자 또는 대리인이 허위의 소송자료를 제출하면 진실발견을 저해하여 정당한 판결을 통한 권리구제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허위 주장의 진위 규명 과정에서 소송절차 지연과 소송불경제를 초래한다. <br>독일 민사소송법 제138조 제1항은 “당사자는 사실상 사정에 관하여 완전하고 진실하게 진술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른 진실의무는 객관적ㆍ절대적 진실에 대한 의무가 아니라 주관적 진실에 대한 의무, 즉 ‘정직의무’, ‘소송상 거짓말의 금지’를 의미한다. 역사적 전개과정을 보면 진실의무는 많은 절차법들의 기본 요소를 이루어 왔으며, 신의성실의 원칙이 지배하는 오늘날의 민사소송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성실하고 공정한 소송수행을 보장하고 질서있는 사법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및 대리인의 진실의무를 인정할 필요가 있고, 이는 헌법상 재판청구권이나 당사자의 소송수행의 자유 및 소송대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제한이 아니다. 다만, 진실의무의 의미를 ‘소송에서 의식적으로 허위의 소송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의무’를 넘어서서 ‘진실규명을 위해 필요한 모든 소송자료를 적극적으로 제출할 의무’로까지 확장하려는 시도(일반적 해명의무 이론, 디스커버리 도입론)는 사적자치가 지배하는 사적 법률관계를 다루는 민사소송의 본질, 주장ㆍ증명책임에 관한 기본원칙 등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않다. <br>우리 민사소송법은 진실의무에 관한 명시적인 조항을 두고 있지 않지만 해석론에 의해 독일과 유사한 내용의 진실의무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명문의 규정이 없다 보니 그 내용이 모호하고, 소송 당사자들이 진실의무를 인식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진실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수단이 미비되어 그 실효성은 매우 낮은 실정이다. 따라서 진실의무의 내용과 그 위반의 효과를 법에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br>이에 우리 민사소송법 제134조의2로 진실의무의 내용 및 그 위반 시에는 과태료 및 감치가 부과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조문을 신설하고, 제100조의2로 진실의무 위반의 경우 소송비용을 부담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조문을 신설할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