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에서는 해방 전후 발표된 설정식의 산문 일부와 해방기 발표된 그의 시론을 다루었다. 설정식의 시론은 파편적 형태이긴 하지만 동서양의 담론을 교직시키는 혼종적인 글쓰기와 시에 대한 독자적인 사유를 보여주고 있다. 해방 전후 산문을 통해 당시 그의 생활상을 알 수 있으며 민중을 이해하려 하고 자신의 한계를 반성하는 지식인으로서의 자기 성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해방기에 발표된 설정식의 시론은 독특한 ‘의지(依持)’ 개념에 입각한 인식론과 실천론을 전개하고 있는데, 그 토대에는 양명학이 변용되어 있음을 밝혔다. ‘격물치지론’을 변용시키며 내세운 ‘의지(依持)론’은 타자와의 상호작용을 염두에 둔 세계 인식에 대한 확신과 성실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그는 실천을 위해 칸트의 정언명령을 빌어 보편타당한 행위의 근거를 얻고자 하였고 시작의 원리를 객관화에 두고자 하였다. 이데올로기의 맹목적 추종자가 아니라 동서양 사상의 융합 속에서 윤리적 주체로 자신을 정립하고자 한 혼종적인 지식인의 모습으로 그를 새롭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