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국 사회는 인종 혹은 인종주의라는 담론을 급격하게 마주하게 되었다. 본 연구는 한국 사회가 이처럼 2020년 여름에 인종주의와 관련하여 겪은 두 번의 논란, 즉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운동에 대한 논란과 한 고등학교 졸업사진의 블랙페이스 논란을 집단 간의 상호작용에서 진행되는 정당성 경쟁이라는 문제틀 속에서 읽어내고자 했다. 즉, 이들 논란에서 가해와 피해의 문제가 자주 담화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러한 담화 속에서 가해와 피해의 행위자를 바꾸어 지목하는 양상이 자주 나타난다는 점에서 일종의 ‘경쟁적 피해자의식’이 작동하는 것으로 보고 그 양상을 분석하고자 하는 것이다. 연구 질문에 답하기 위해 본 연구는 인종주의에 대한 활발한 논란이 이루어진 인터넷 커뮤니티를 선정하여 논란의 구체적 양상을 읽어내고자 했으며, 이를 위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에스노그래피 연구 방법인 네트노그래피(Netnography)를 적용하여 자료수집과 분석을 진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본 연구는 한국사회가 같은 인종집단 내 구성원들, 혹은 같은 인종으로 상상되는 이들이 겪은 피해의 경험을 집단적 기억으로 내면화함으로써 자기 집단의 피해가 상대 집단보다 더 크거나 더 부당함을 강조하고, 이를 통해 인종집단 간의 관계에서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는 ‘피해자의식 인종주의(victimhood racism)’의 흐름을 구성해냈음을 관찰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