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 임상에서 도착증자는 증상에서 비롯된 고통을 완화하거나 자신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분석에 오는 정신증자나 신경증자와 다른 독특한 전이 양상을 보인다. 그들은 정신분석이라는 상징적인 대타자의 역할과 기능을 훼손하고 현실의 모순과 한계를 비난하면서 만족을 얻는 도착적인 전이를 반복한다. 당황한 분석가는 자신의 역할을 놓친 채 도착증자의 주이상스를 구현하는 파트너가 되어 무의식적 공모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정신분석 임상에서 이런 도착적인 전이가 활성화될 때 분석가는 어떻게 기능하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질문에 답하기 위해 프로이트-라캉 및 대상관계 정신분석 관점에서 임상 사례연구 문헌에 드러난 도착적인 전이의 다양한 양상과 분석가의 역할을 탐색했다. 도착적인 전이에서 피분석자가 상징적 거세를 수용하고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욕망하는 존재로 나아갈 수 있으려면 분석가는 도착증자가 요구하는 상상적 차원의 만족을 거절하고 상징적 대타자로서 위치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분석가는 도착증자가 분석가에게 무의식적으로 주문한 파트너 역할과 공모관계를 인식하고 지금-여기에서 벌어지는 전이 역동을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본 연구자의 임상 경험에 따르면 두 가지 관점을 통합적으로 적용해 도착적인 전이를 작업하는 것이 분석가의 역할을 유지하는데 더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피분석자가 자신의 정서와 더 깊이 접촉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연구를 통해 도착적인 전이 상연에서 어려움을 겪는 정신분석 임상 현장의 동료들에게도 통합적인 관점에 입각한 분석 작업의 필요성을 제안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