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고려속요가 현재 문학사 교육의 제재로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검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고려속요는 오랫동안 문학교육의 소중한 자산으로 활용되었지만, 최근에는 그 쓰임이 현저히 위축되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찾고, 문학교육에서 고려속요와 고전시가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 위해 고려속요가 문학사 단원에서 선택되는 구조와 교육 내용을 확인하고, 이를 문학사 교육의 목표에 따라 평가해 보았다.
<br>먼저 현재 사용되는 문학 교과서를 대상으로 다음의 사실들을 확인하였다. 첫째, 교과서 속의 고려속요는 교육과정을 교과서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나름의 방식대로 형체를 갖춘 결과물이다. 교육과정에 따르자면 고려속요를 서정 갈래의 하위에 위치시키고, 고려속요를 고려 시대 국문 문학의 대표적인 갈래로 제시하게 된다. 둘째, 교과서에서 선택되는 고려속요 작품과 학습활동에 뚜렷한 경향이 나타난다. 교육과정에서 요구를 충족하는 몇 안 되는 고려속요 작품 중에서도 화자의 정서가 두드러지고, 고려속요의 형식적 특질들이 분명한 것, 민간의 노래가 궁중의 음악으로 흡수된 흔적이 남아 있는 것들이 선호되고 있었다.
<br>문학사 교육의 목표가 문학의 변화와 역동성을 탐구하는 데 있다면, 학습자들은 고려속요에 대해 왜 그때, 거기에 있었는지를 물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확인해 본 바에 따르면, 문학사 단원에서 고려속요가 다루어지는 방식은 사뭇 달랐다. 공시적으로 구분된 기본 갈래의 사분면에서 역사적 갈래인 고려속요가 어디에 속하는지를 알려주고, 대표적인 작품들이 지닌 내용과 형식상의 특성들을 일반화된 지식으로 제공하는 것이 학습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br>한글 창제 이전의 이중언어 상황과 궁중악의 교화적 성격 등 여러 요소들이 갈래의 형성과 전승에 복합적으로 작용한 고려속요는 문학사 교육의 제재로 더없이 유용하다. 고려속요가 이러한 자질에 걸맞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고려속요에 대한 학계의 연구가 더욱 적극적으로 수용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에 더해 문학교육이 고려속요를 수용하고 활용하는 구조와 방식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지 않는다면 문제의 해결이 요원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