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방언에서 ‘참’에 의한 어휘의 대립을 관찰하여 자매 관계에 있는 어휘들이 대립 관계를 드러내기 위해 구별 표지를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논의하고자 하였다. 우선, ‘참’이나 ‘들’ 둘 중 하나만으로도 ‘참깨’와 ‘들깨’가 구분될 수 있음에도 둘 모두가 함께 쓰이고 있는 이유를 살펴보고자 하였고, 다음으로, ‘참깨:들깨’에서 ‘참’ 및 ‘들’이 함께 쓰이는 것과 달리 ‘참외:오이’ 및 ‘외:물외’에서는 ‘참’과 ‘물’이 홀로 그리고 배타적으로 쓰이는 이유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논의의 결과는 같다. 첫째, ‘참깨:들깨’의 대립에서 구별 표지 ‘참’과 ‘들’이 함께 쓰이는 것은 ‘들깨’의 ‘들’이 “野”의 뜻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참깨:들깨’의 대립을 보이기 전에 일시적으로 ‘깨:들깨’의 시기가 있었다. 셋째, ‘참깨:들깨’의 대립과는 달리 ‘참외:오이’와 ‘외:물외’의 대립에서 구별 표지 ‘참’과 ‘들’이 배타적으로 쓰이는 것은 ‘참’과 ‘들’의 의미적 투명성 때문이다. 넷째, ‘참외:오이’의 대립과 ‘외:물외’의 대립은 그 역사가 오래인데, 기원적으로 “참외”와 “오이”가 구별되지 않은 채 ‘외’로만 쓰이다가 경기도를 중심으로 한 중앙방언에서는 구별 표지 ‘참’을 이용하고 그 외곽 지역에서는 구별 표지 ‘물’을 이용하여 “참외”와 “오이”를 구별하게 된 결과가 현대 중앙방언의 ‘참외:오이’의 대립과 중앙방언 외곽 남한 방언의 ‘외:물외’의 대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