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대중영화가 역사의 정동적 차원을 담아내는 ‘대항아카이브’라는 문제의식에서 그와 같은 영화읽기 방법론을 탐구한다. 1970-80년대 한국에서 개통, 활성화된 고속도로를 표상하는 영상문화가 주로 관제 이미지에 집중되어 있고그에 얽힌 트라우마적 역사는 영상 아카이브에 부재한다는 문제의식에서, 그 표상불가능성을 지시하는 대항아카이브로서 동시기 대중영화를 분석하고자 하는것이다. 이 시기에 높은 흥행기록을 세우거나 평단의 지지를 받았던 ‘길 위의 영화’들이 바로 그와 같은 대항아카이브로서 대중영화의 면모를 보여준다. 특히 담론으로 조직되지 못한 미장센의 파편들은 그 자체로 거대한 아카이브를 이루며, 그 속에 구축된 영화적 공간성과 속도감을 통해 실증 중심의 역사에 포획되지 않는 정동의 역사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고속도로의 시대에 고속도로 바깥의이동성을 보여준 이들 길 위의 영화들은 자동차 이동성의 대항표상으로서 걷기와 자전거 타기를 제시하거나 주어진 경로에서 벗어나는 주체적 실천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길은 정상성 바깥에 위치한 비천한 주체들의 이동할 권리를 둘러싼 영화적 표상이 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탐구를 통해 본 연구는 1970년대와80년대 한국 대중영화가 비록 하나의 대항담론을 구축하지는 못했지만, 주류적역사기술과 그 아카이브 구축의 측면에서 보면 이른바 ‘질주정’에 대항하는 정동의 대항아카이브로서 항상적으로 자리해왔다고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