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의 목적은 바흐찐(M. Bakhtin)의 소설이론을 대화적 장르론과 구성적 문체론의 관점에서 재구성하고, 그 의미를 재평가하는 데 있다. 바흐찐은 소설의 본질을 ‘말’이 지니고 있는 ‘대화적 지향성’에서 찾았다. 여기서 ‘대화적 지향성’은 첫째, 말이 지시하는 대상 속에 존재하는 타인의 언어와의 대화를 통해서, 둘째, 발화자들 사이의 상호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말의 대화적 성격을 통해서 구현된다. 바흐찐은 말의 이러한 가능성이 최대치로 현실화될 수 있는 장르를 소설이라고 보았다. 바흐찐은 소설의 발생 및 원천을 패러디에서 발견했다. 여기서 패러디는 서로 이질적인 언어적 요소들이 조우하고, 교차하고, 충돌하고, 섞이고, 혼합되는 것을 말한다. 바흐찐은 서양소설사에서 이런 패러디화 현상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시기를 헬레니즘 시기, 중세 말기, 르네상스 시기, 18세기 후반기 그리고 도스또예프스끼의 경우라고 주장했다. 대화적 장르인 소설은 말의 패러디화로 인해 생성되는 다양한 문체들에 의해 역사적으로 확산되고 심오해진 것이다. 바흐찐의 문제의식은 기존 문학연구의 한계에 대한 뼈아픈 지적임에 틀림없다. 만약 우리의 문학연구가 아직도 문체를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하는(혹은 배제한) 연구라면 그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우리에게 각성의 메아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