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는 세기 말 동물에 대한 연구와 신경생리학의 성과를 토대로 20세기 초 인간을 분석하고자 하는 심리학의 주요한 입장으로 발전하였고,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다루는 여러 인문사회과학에 이론적이고 방법적인 기초를 제공해 왔다. 하지만 행동주의의 배후에는 '자연주의'와 '실증주의'가 도사리고 있으며 『위기』의 한 대목에서는 이에 대한 후설의 언급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행동주의에 대한 후설의 비판은 현상학적 사유의 논리적 귀결로서 암시되고 시사되는 것일 뿐, 후설 자신이 직접 과학을 비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도출한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메를로퐁티(M. Merleau-Ponty)의 『행동의 구조』는 주목할 만하다 왜냐하면 메를로퐁티는 파블로프(I.Pavlov) 의 신경생리학을 비롯한 여러 실험들을 직접 검토하고 재해석함으로써 행동주의의 한계를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고는 파블로프의 '조건화'에 대한 메를로퐁티의 비판에 기초하여 '학습이론'으로서의 '행동주의'가 갖는 원리적 한계를 고찰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이 '수학적 양화' 및' 자극-반응의 인과관계'에 대한 후설 현상학의 관점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 역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