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계 박인로는 한국시가사에서 두드러진 다작의 작가로 조선 전기와 후기 사이에, 시가에 나타난 현실 인식과 대응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되는 작품들을 남겼다. 이러한 위상에 따라 박인로의 시가 작품들은 문학교육에서도 일찍부터 널리 활용되어왔으나 학습자들의 입장에서는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제재들이기도 했다. 이에 본고에서는 박인로가 남긴 가사 작품 중 , , 를 중심으로 박인로의 삶을 정리해 보고, 그의 작품들을 오늘날의 학습자들이 공감하며 감상할 수 있는 지점이 어디인가를 탐색해 보았다.
<br>구체적으로 본고에서 살펴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는 전쟁이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세상으로 뛰어들었던 그가 전쟁 이후 막연해진 삶의 좌표를 정비하려는 노력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어지는 에서 그는 짧았지만, 강렬했던 관직 생활의 기억으로부터 탈피해 새로운 좌표를 설정하고, 세상에 초연해 지고자 애쓰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에 이르러 그는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을 누르고 있던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그의 작품 활동이 대사회적 인정투쟁이자 치유 행위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 작품들이 현대의 학습자들에게 유의미한 감상의 대상으로 활용될 수 있으리라는 것이 본고에서 강조하고 싶은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