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염상섭의 장편 『사랑과 죄』를 대상으로 남성성과 민족주의라는 두개의 키워드가 서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보았다. 이를 통하여 이 작품이 식민 지배하의 민족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펼쳐내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이를 위하여 근대 민족주의가 건전하고 건강한 남성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민족적 전형을 구축한다고 한 조지 모스의 논의를 참고하였다.
<br>우선 남자다움의 이미지가 인물 묘사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분석하였다. 남성 인물에 관한 묘사를 살펴보면 남자다운 남자인지 그렇지 못한 남자인지의 구분이 확인되는데, 류진의 나체가 미술가 이해춘의 시선에 미학적으로 포착되는 목욕탕 장면을 볼 때 이 작품이 남자다움의 이미지를 의식적으로 활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해춘, 류진, 김호연은 남자다움을 갖춘 인물이라는 공통점을 지니며, 이런 점에서 이 작품은 남자다운 남자들이 그렇지 못한 남자들과 벌이는 경쟁에 관한 이야기로 읽을 수 있다.
<br>다음으로 카운터타입의 추한 외모와 타락한 정신에 관한 묘사가 남성 스테레오타입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카운터타입은 주로 거지나 아편쟁이로 등장하는데 성적 방종과 마약 중독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정신적 무질서와 혼란을 가시화한다. 이것은 질서와 통제를 중시하는 남성성의 가치와 원칙을 위협하는 것으로 작품의 갈등 구조가 어떠한 원칙을 기준으로 설정되는지를 알려준다. 이러한 죄악의 속성은 류택수나 정마리아 같은 주요 반동인물의 성격화로 이어져 서사 전개에 활용된다.
<br>마지막으로 서사 전개의 중심을 이루는 지순영의 구출에 관한 이야기가 남성성과 민족주의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보았다. 성적 충동으로 대표되는 정념을 초월하려는 이해춘의 노력이 순수한 여성의 표상인 지순영을 성욕의 화신 류택수로부터 구출하는 서사 전개로 이어지며, 이것이 민족의 전통과 역사를 상징하는 여성성을 향한 남성성의 지향과 연결됨을 살펴보았다. 특히 남자다운 남자로 성장하여 지순영을 구출하고 보호하는 임무를 맡은 이해춘이 한희나 김호연 등 민족투쟁에 헌신한 인물의 사명을 계승하는 모습을 볼 때, 이 작품의 중심 서사 자체가 민족적 지향을 강하게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