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의 목적은 가르신과 체호프의 작품에 나타난 19세기 러시아 정신병원의 실체를 살펴보는 데 있다. 이를 위해 필자는 러시아 정신병원에 관한 다양한 역사 자료들을 참고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근대적인 정신의학과 정신병원의 체계가 정립된 것은 19세기 후반이었다. 서구와는 달리 러시아는 중앙과 지방의 발전이 매우 불균등하게 진행되었다. 무엇보다도 이것은 러시아의 광활한 영토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중앙에서 지방으로, 지방에서 다시 시골로 갈수록 정신병원의 시설과 관리체계는 더욱 낙후되었다. 지역의 불균등성 외에도 러시아 정신병원은 감금과 통제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할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를 지니고 있었다. 예컨대 봉건적 신분체계와 낙후된 정치체제는 정신병자들을 사회 불온세력으로 간주하고, 그들을 격리함으로써 구체제를 유지하려고 했다. 여기에 군사적인 사회질서가 러시아 정신병원을 마치 감옥과 유사하게 만들었다. 요컨대 러시아 정신병원은 거의 감옥을 보완하는 기관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들을 가르신의 「붉은 꽃」과 체호프의 「6병동」에서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두 작품은 각각 지방도시와 시골도시의 정신병원을 다루고 있지만, 그 규모와 시설, 관리체계는 상이하다. 그리고 후자는 전자보다 감금과 통제의 성격이 강해서 감옥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작품들은 정신병 환자였던 가르신과 의사였던 체호프가 작성한 러시아 정신병원에 대한 진실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