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에서는 염상섭이 장편소설 『이심』을 창작하면서 『카르멘』을 참고하였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심』에 관한 기존 연구에서는 인물 설정과 사건 전개 두 측면에서 결함이 빈번히 지적되었는데, 이것이 『카르멘』에서 얻은 창작적 힌트를 창작에 활용한 결과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우선 작가 염상섭이 어떠한 경로를 통해 『카르멘』을 접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작가의 다른 작품 『광분』을 살펴본다. 그 결과 염상섭이 오페라와 소설을 함께 참고하였음을 확인한다. 이를 바탕으로 『이심』과 『카르멘』을 비교할 때, 인물 설정과 사건 전개에서 공통점이 다수 발견된다. 이러한 여러 유사성은 강렬한 매력을 지닌 여성이 여러 남자와 사랑을 나누고, 남자를 파멸로 이끈다는 춘경과 카르멘의 유사성으로 수렴된다. 한편 여자 바람둥이인 카르멘과는 달리 춘경은 주체성이 상실되어 수동적인 면모만 남은 유혹자, 곧 매춘부로 형상화된다는 차이를 보인다. 이와 같은 비교를 통해 염상섭은 『카르멘』을 수용하고 변용함으로써 흥미의 창출과 도덕적 주제 구현을 동시에 추구했다고 결론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