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염상섭의 첫 소설 작품인 「박래묘」의 상호텍스트성을살펴보았다. 「박래묘」는 미완으로 남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단독 작품론보다는 다른 작품과의 비교를 통해 해석상의 여백을 보완하고 나아가 작품의 자리매김이 가능하다고 판단하였다. 「박래묘」가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패러디한 작품이라는 점에 주목하여두 작품 간의 상호텍스트적 관계를 검토함으로써 「박래묘」의 주제와기법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염상섭의 다른 작품과의 비교를 통해「박래묘」에서 표명되었던 작가의 문학적 관심이 이후에도 지속되고 확장되었음을 살피고자 하였다. 이를 위하여 패러디 기법과 효과를 분석함에 있어 패러디를 ‘비평적 거리를 둔 반복’으로 파악함으로써 형식적구조와 실용적 효과를 동시에 아우르려고 하는 린다 허치언의 이론을활용하였다. 그 결과 소재적 유사점의 확인을 넘어 염상섭이 의식적으로 패러디 작업을 수행하였으며, 패러디 사실을 드러냄으로써 독자들이 텍스트 간의 거리를 의식하면서 작품을 해석하도록 요청하였음을 확인하였다. 패러디 작업은 새로운 의미와 맥락의 생산으로 이어지는데, 「박래묘」는 풍자의 수법과 나쓰메 소세키의 ‘자기 본위’ 주장을 전유함으로써 식민통치를 비판하고 주체적 근대화를 촉구하였다. 한편「박래묘」는 염상섭의 다른 작품과도 상호텍스트적 관계를 맺는다. 「박래묘」에 나온 독특한 소재나 발상이 이후에 염상섭이 발표한 작품에서반복적으로 발견되며, 특히 『만세전』에서 ‘여행을 통한 관찰과 풍자’라는 주제가 반복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이런 점에서 「박래묘」는 1920년대 초반 염상섭의 문학적 지향을 가늠케 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