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를 ‘현상학적’으로 연구한 대표적인 학자로 엘리아데(M. Eliade)를 꼽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과연 엘리아데의 종교연구를 ‘현상학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이 물음은 본질적으로 철학이, 그중에서도 문제의 당사자인 현상학이 답해야 하는 문제일 것이다. 본고는 철학적 현상학, 특히 후설(E.Husserl) 현상학의 입장에서 위 물음에 답하려는 하나의 시도다. 엘리아데가 『성과 속』전 범위에 걸쳐서 대립되는 것으로 설정하는 종교인의 ‘성(聖)’과 비종교인의 ‘속(俗)’이라는 두 가지 삶의 태도는, 후설의 현상학을 주도하는 방법인 ‘현상학적 태도변경’으로서의 ‘현상학적 환원’, 특히 ‘생활세계적 환원’을 통해서만 정확한 이해를 도모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성’과 ‘속’의 대립은 사실이 아닌 본질구조의 기술이라는 점에서 후설의 ‘형상적 환원’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엘리아데가 말하는 ‘초월’ 개념은 ‘초월론적 현상학적 환원’과 상통하는 해석의 여지를 담고 있다. 엘리아데가 말하는 ‘속’의 이중적 의미는 후설의 현상학에서 ‘자연적 태도’가 가지는 이중적 의미에 상응한다. 즉 ‘속’은 한편으로는 ‘성’이 현출하기 위한 가능성의 토대이자 지평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성’을 위해 극복되어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